사진 후기

한남소관의 마라두부미엔은 마라라는 단어에서 흔히 기대하는 강한 얼얼함보다는, 훨씬 세련되고 깊이 있는 향신료의 향과 맛을 경험할 수 있는 메뉴입니다. 국물은 맑고 깔끔하지만, 그 안에 녹아든 마라 향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혀를 마비시킬 정도의 과한 마라가 아니라, 적당히 기분 좋게 입맛을 자극하고 중독성 있는 풍미를 전달합니다. 덕분에 마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으며, 마라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깔끔하게 정제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메뉴입니다. 두부는 큐브 형태로 들어가 있는데, 식감이 탱글하고 부드러워 국물과 잘 어우러지며, 향신료의 맛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습니다. 미엔은 탄력 있고 쫄깃한 면발로, 국물과 함께 먹을 때 그 조화가 아주 훌륭합니다. 이 메뉴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입니다. 면과 두부를 다 먹고 난 후, 남은 양념 국물에 밥을 비벼 먹으면 진짜 미친 듯이 맛있습니다. 마라 국물의 깊은 향과 밥이 어우러지면 완전히 다른 메뉴를 먹는 듯한 느낌을 주며, 배가 불러도 절로 숟가락이 갑니다. 마라 특유의 기름지고 강한 맛이 아니라, 입안에 은은하게 남는 마라향과 고소한 두부, 깔끔한 미엔의 삼박자가 고급스럽게 어우러진 이 메뉴는 한 번 먹으면 꼭 재방문하고 싶게 만듭니다.